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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풀니스

자기비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by 빛나는존재 2023. 10. 6.

우울증 환자들이 부정적인 상황을 인지하는 공통적 패턴

마인드카페에서 데일리 프로그램으로 마음챙김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일에 대해 바라보는 공통적인 패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주로 부정적인 일은 타인보다 자신때문에 일어났다고 믿으며, 이러한 믿음은 고정적이며, 특수한 상황보다는 전반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믿는다고 한다. 이를 나의 상황에도 한 번 대입 해 봤다.

 

나는 어떤 안좋은 일이 생기면 그건 대부분 나의 모자람으로 인해 일어났다고 믿는 편이며, 반대로는 좋은 일 (예를 들어 미국 박사학위 취득, 약간..? 좋은 직장 취직 등) 이 생기면 그건 나는 많이 부족한데 타인이 인심 써줘서 일어난 일이라 믿는다. 이는 내가 좋아하는 고전 소설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주인공인 요조의 사고 흐름과도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오늘은 직장 팀장님께서 팀원A를 살짝 질책 하며 '팀원 A 가 만든 물건이 이렇게 사용성이 안좋은데, 팀원B () 는 이걸 사용해 보고도 들이 받지도 않더냐' 라고 했다.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끝없고 가혹한 자기 비난의 연속

난 사용성 안좋다고 생각 해 본적 도 없고 그냥 순순히 사용하고 있었는데.. 하며.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데 팀원 A 는 거기에다 더 불을 지피며 '팀원 B도 당연히 내가 만든 것을 보며 짜증 났겠죠' 라고 대답하니 더 의기소침해졌다. 나를 자책하면서 '보통은 내가 아무리 필사적으로 화가 나는 것을 가리려 아무렇지 않은척 해도 결국은 그 동안 다 티가 나서 내 노력도 결국은 소용이 없었구나, 그러게 평상시에 좀 성질좀 죽이고 살지, 내가 그러니까 아직까지 결혼도 못한 고령자 찌꺼기지, 빨리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 같으면 여기서 끝이거나 좀 더 파고 들어서 더 나 자신을 상처입히는 사고나 행동들 (예를 들어 과도한 당 섭취, 폭식 등)을 했을 것이다.

 

관점 전환의 계기

그런데 나는 오늘 마침 부정적인 일이 무엇에 귀인하여 발생했는지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알아보고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고 나니, 그 사건에 대해서 내가 취하는 반응도 조금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그 부정적인 사건이 다 내가 못나서 일어났다고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관점은 뭐가 있을 지 생각해봤다.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며.아마도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한 팀장님과 팀원 B 를 잘못됐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팀장님, 팀원 B 도 내가 느낀 정도 만큼 그정도로 심각하고 진지하게 한 대화가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내가 내 마음 깊은 곳에 내가 모자란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해 상처가 깊다보니 그 약한 자극이 조금만 스쳐도 내 멘탈이 와르르 무너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스스로를 인간실격이라고 믿는 요조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해주고 픈 말

다시 인간실격 소설 속의 요조를 보면, 남들에게 배신 당하고 아버지에게 인정 받지 못하는 것, 아내가 자신과 관련된 이로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을 보게 되었을 때 자신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요조가 너무나 안타깝고 만약 신이 있다면 나처럼 요조를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보며 슬퍼할 것 같은 그런 상위레벨의 시선이 느껴졌다. 요조가 잘 되길, 행복을 되찾고 사람들 속에서 안정을 취하길 속으로 진심으로 바라며 소설이 끝날 때 쯤에는 부디 그런 모습으로 끝나길 바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더 안타까웠고, 심지어 그것이 다자이 오사무 본인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미어졌다.

난 요조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누구라도 당신같은 여린 성격에 그런 환경에 놓이면 누구라도 그렇게 될거야'.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던 것이 있었다. 정작 나는 요조같은 마음을 갖고 사는 내 자신에게는 그런 말을 단 한번도 해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부정적인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아마 이제 까지 해온 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조금씩 알아차리고 더 나아가려는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간 나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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