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학문에 대한 열정은 생활고로 이어지기 쉬움
나는 한 때 순수학문인 동물행동학을 연구했었다. 누군가가 농담으로 말하길, 순수학문과 응용학문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에는 이렇게 질문하면 바로 구분하기 쉽다고 한다. 그 질문은 이 학문을 전공해서 먹고살 수 있지 여부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내 머리는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그게 바로 내가 하던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의 행동과 생태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과연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이점이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면 와닿는 것이 없다. 그저 내 목표는 순수학문 분야에서의 교수가 되어 죽을 때까지 연구를 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내가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박사를 졸업하고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은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중간 단계이며 안 그래도 박사 때의 급여 수준이 적은데 박사 후 연구원의 신분에서도 급여 수준이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는 점이 생계를 이어가는 데 있어 위험한 요소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박사 후 연구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교수가 되고 싶어 하고 점점 교수를 채용하는 기회는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웬만큼 연구실적이 좋지 않고서는 교수가 되기 쉽지 않다. 대다수의 박사 후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교수가 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 대해 인지하게 되면 그때부터 일반 기업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지만 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바로 회사에 취직 준비를 하는 경우보다 더 채용될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활고를 겪는 기간이 연장될 수가 있다. (적어도 내가 들었던 Cheeky Scientist의 세미나에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나 이외에도 많은 순수학문 전공자들이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일을 하기 위해 전향을 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순수학문에서의 통계분석 경험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는데 좋은 자산
불행 중 다행히도, 내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직 내가 박사과정이었을 때의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늦었을 수 있지만 나는 졸업 직전에서야 그러한 결심을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해 하며 남은 시간 동안 내가 가진 데이터 분석을 최대한 살려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졌다. 나는 2011년도부터 처음으로 순수학문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통계 분석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했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기초통계 (T-test, Mann-whitney U-test, ANOVA, Simple linear regression, correlation 등)만을 다룰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러 가지 연구 과정(연구 기획, literature review, 데이터 수집, 데이터 분석, 결론 도출) 중 데이터 분석 단계에 가장 큰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그 흥미는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면서 학과 간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박사과정을 하는 동시에 통계 석사까지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붙잡는 것으로 이어졌다. 비록 내가 순수학문을 전공했지만, 그 순수학문을 하면서 통계 분석을 했던 경험 덕분에 통계에 대한 흥미가 깊어지면서 확률론, 머신러닝, 데이터 마이닝, 범주형 자료 분석과 같은 통계 과목 등을 찾아 듣게 되었다. 결국 통계학과 석사의 졸업요건을 충족시킬 정도로 통계 과목을 많이 이수하고 학점도 모두 A를 받게 되어 통계 석사학위도 받게 되었다. 물론 데이터 사이언스가 되기 위해 학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의 경우처럼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게 있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었고 실제로 통계 및 머신러닝 지식을 쌓는데 많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사실 확률론이 가장 어렵고 근본적으로 수학과 연결되어 있는 과목이었지만 이 과목을 들은 것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통계 실력도 많이 업그레이드되어 이제는 Generalized linear mixed model, Random forest, XGBoost 등의 분석을 하고 결과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지만 나는 계속 성장하며 배워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국내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고 전반적으로 내 결정에 후회를 하지 않는다. 순수학문을 할 때에는 그저 내가 속한 학계의 학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기지만 지금은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한 연구를 하기 때문에 더욱 사명감이 생기고 나의 데이터 분석이 인간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에 높은 가치를 느낀다. 비록 처음에는 순수학문을 했었어도 통계분석을 했던 경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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